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대격변 결국 LFP가 답인가?

현재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2차 전지는 바로 리튬이온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의 화학 반응을 이용한 것으로, 충방전 시 리튬 이온과 전자가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가 발생시키는데요. 이 리튬이온배터리도 양극재를 어떤 물질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삼원계 배터리, 사원계 배터리, LFP 배터리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자재 비용이 치솟으면서 이들을 사용하지 않아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LFP 배터리가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를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3~4개의 비철금속으로 구성한 경우 삼원계 혹은 사원계 배터리가 됩니다. 이렇듯 삼원계, 사원계 배터리가 리튬코발트산화물(LCO) 양극재를 기본으로 한다면, LFP 배터리는 코발트 대신 인산철을 넣어 LFPO(LiFePO4)로 양극재를 구성합니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외에도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LiFePO4)은 크리스털 형태의 육면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인 ‘올리빈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매우 안정적인데요. 따라서 과충전 또는 과방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낮으며, 배터리 셀이 열화되는 현상도 적어 배터리 수명도 긴 편입니다.

하지만 LFP 배터리는 그간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는데요.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지만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주행 거리 확보에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전기차의 경우 삼원계(NCA)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423km인데 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407km 수준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테슬라를 필두로 차량 가격 인하를 단행 하고 있는데, 판매량을 올리고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원가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CATL의 LFP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기존 차량대비 500만원 이상 저렴한 차량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더 기아 레이 EV’의 사전 계약을 24일 시작했다. 배터리 용량은 35.2킬로와트시(kWh)로, 1회 충전에 233㎞ 주행(도심 기준)이 가능하다. KG모빌리티 역시 다음 달에 출시할 전기차 ‘토레스EVX’에 중국 비야디(BYD)의 LFP 배터리를 채택한다. 테슬라는 지난달에 한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5699만원에 내놓았다. CATL의 LFP 배터리를 장착해 기존 모델 대비 가격을 2000만원 낮췄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현재 LFP 배터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제조사는 테슬라다. 이를 통해 마진을 희생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 일론 머스크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양산 준비 중인 차세대 전기차에도 LFP 배터리를 장착, 가격을 3000만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최근에는 LFP 배터리를 달아 값을 확 낮춘 중형급 전기 SUV 모델 Y를 국내에 선보이며 2만대가 넘는 계약 건수 기록,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산·수입차 업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들은 LFP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神行·Shenxing)’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대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 추위에도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CATL 측 주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실제 성능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발표 내용대로라면 기존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공세가 거세자 한국 기업들도 LFP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3월 LFP 배터리 시제품을 한국 최초로 공개한 SK온에 이어 삼성SDI도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NCM 배터리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코발트 함량을 줄인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붙인다. 가격을 낮추면서 LFP 배터리보다 높은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가격, 성능별로 나뉘면서 배터리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