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HVO100 디젤 대체연료 시범차량 공개... 전기차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BMW, HVO100 디젤 대체연료 시범차량 공개... 전기차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BMW가 디젤 엔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인 BMW는 최근 HVO100 재생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시범 차량을 공개하며, 탄소중립을 향한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기술적 실험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HVO100은 Hydrotreated Vegetable Oil의 약자로, 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수소 처리 공정을 거쳐 만든 재생 가능한 디젤 연료입니다. 기존 화석 디젤과 화학적 구조가 유사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BMW의 이번 시범 프로젝트는 기존 디젤 엔진 차량도 연료만 교체하면 즉시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HVO100 기술의 핵심 원리와 장점

HVO100 제조 공정은 바이오매스 원료를 섭씨 300~450도의 고온과 고압 환경에서 수소와 반응시켜 탄화수소 체인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 연료는 세탄가가 70~90에 달해 기존 디젤(세탄가 51~55)보다 연소 효율이 뛰어납니다. 특히 황 성분이 거의 없고 방향족 탄화수소 함량이 낮아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도 현저히 감소합니다.

BMW 엔지니어링 팀이 강조한 부분은 기존 디젤 엔진과의 완벽한 호환성입니다. 별도의 엔진 개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없이도 HVO100을 주입할 수 있으며, 연료 분사 시스템, 촉매 컨버터,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억 대의 디젤 차량이 즉각적으로 친환경 차량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적 바이오디젤과의 차별화

기존 바이오디젤(FAME, Fatty Acid Methyl Ester)은 식물성 기름을 에스테르 교환 반응시켜 만들지만, 산화 안정성이 낮고 저온에서 왁스가 생성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면 HVO100은 수소화 처리를 통해 화학적으로 안정된 파라핀계 탄화수소로 전환되어,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유동성을 유지하며 장기 보관이 가능합니다. 독일 북부 지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처럼 혹한의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BMW가 HVO100에 주목하는 전략적 이유

BMW의 HVO100 시범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전략적 선택입니다. 유럽연합의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로의 전환이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다는 시장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 전력망 부담 증가 등이 전기차 보급의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각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상용차와 장거리 운송 분야에서 HVO100의 잠재력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전기 트럭은 배터리 무게와 충전 시간 문제로 인해 운송 효율성이 떨어지는 반면, HVO100을 사용하는 디젤 트럭은 기존과 동일한 운행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BMW가 운영하는 물류 차량과 테스트 플릿에 HVO100을 우선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실용성 때문입니다.

BMW 지속가능성 담당 이사는 "기후 보호는 하나의 기술만으로 달성할 수 없으며, 다양한 솔루션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합성연료, 재생연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BMW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유럽 시장의 HVO100 보급 현황

현재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HVO100 주유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네스테(Neste)는 세계 최대 HVO 생산업체로, 연간 300만 톤 이상의 재생 디젤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2024년부터 HVO100의 일반 판매가 승인되었으며, 아랄(Aral)과 셸(Shell) 등 주요 주유소 체인이 순차적으로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환경적 효과와 탄소 감축 잠재력

HVO100의 가장 큰 장점은 즉각적인 탄소 감축 효과입니다. 생애주기 평가(LCA) 결과에 따르면, HVO100은 화석 디젤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75~90% 줄일 수 있습니다. 원료로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을 사용할 경우, 탄소 감축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이러한 폐기물 기반 원료는 추가적인 토지 사용이나 식량 생산과의 경쟁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높습니다.

BMW의 내부 테스트 결과, HVO100을 사용하는 디젤 차량은 일산화탄소 배출이 30% 감소하고, 미세먼지는 20~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도심 주행 환경에서 배출가스 품질 개선 효과가 두드러져, 대기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는 상황에서도 당장의 환경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전기차 대비 총소유비용 분석

경제성 측면에서도 HVO100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HVO100의 가격은 일반 디젤보다 리터당 0.10~0.20유로 높지만, 전기차의 초기 구매 비용과 배터리 교체 비용을 고려하면 총소유비용(TCO)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상용차와 같이 연간 주행거리가 긴 차량의 경우, HVO100의 경제적 이점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BMW는 자사의 3시리즈와 X5 디젤 모델을 대상으로 5년간의 총소유비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HVO100 사용 차량이 동급 전기차 모델보다 15~20% 낮은 총비용을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차량 가격, 연료비, 유지보수비, 보험료, 감가상각을 모두 포함한 수치입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장거리 운행이 잦은 사용자에게는 더욱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산업계의 반응과 향후 전망

BMW의 HVO100 프로젝트에 대해 자동차 산업 내부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내연기관의 생명 연장을 위한 시도로 해석하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해법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보다 재생연료 도입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볼보 등 다른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도 HVO100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용차 부문에서는 HVO100을 표준 연료 옵션으로 제공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스카니아와 MAN 같은 트럭 제조사들은 이미 HVO100 호환 엔진을 기본 사양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물류 업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규제 환경과 정책적 과제

HVO100의 확산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지침(RED III)을 통해 HVO를 포함한 재생연료의 비중을 2030년까지 교통 부문 에너지의 29%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세제 지원과 보조금 정책은 여전히 전기차에 집중되어 있어, HVO100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재생연료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와 주유소 인프라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HVO100의 지속가능성 인증 기준을 강화하여, 팜유 같은 논란이 있는 원료의 사용을 제한하고 폐기물 기반 원료의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BMW는 자사가 사용하는 HVO100의 원료 추적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급망 투명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한계와 개선 과제

HVO100이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가장 큰 과제는 생산량의 한계입니다. 현재 전 세계 HVO 생산 능력은 연간 약 800만 톤 수준으로, 이는 전 세계 디젤 소비량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원료 확보의 제약도 있습니다.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의 수집량은 한정되어 있으며, 식물성 원료를 확대할 경우 식량 생산과의 경쟁,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간접 배출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BMW 연구개발팀은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HVO100을 전기차 전환 과도기의 브리지 솔루션으로 위치시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합성연료(e-fuel)와 수소 기술이 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e-fuel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연료를 합성하는 기술로, 원료 제약 없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차세대 연료 기술로의 진화

BMW는 HVO100 프로젝트와 병행하여 e-fuel 연구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독일 칼스루에 공과대학(KIT) 및 포르쉐와 함께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풍력 발전을 활용한 e-fuel 생산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2026년까지 연간 55만 리터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이를 모터스포츠와 클래식카에 우선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단일 기술이 아닌 다양한 파워트레인의 공존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BMW의 비전을 보여줍니다. 도심 단거리는 전기차, 장거리 주행은 재생연료나 수소, 특수 용도는 합성연료 등 용도와 지역에 따라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본 선택의 폭 확대

BMW의 HVO100 프로젝트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모든 운전자가 전기차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차 공간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는 아파트 거주자, 장거리 출장이 잦은 영업 사원, 견인 작업이 필요한 사업자 등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HVO100은 이들에게 환경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실용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중고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 중심의 정책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자산 가치를 급격히 하락시킬 수 있지만, HVO100 같은 재생연료가 보편화되면 디젤 차량도 친환경 차량으로 인정받아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백만 명의 차량 소유자에게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양성이 곧 지속가능성이다

BMW의 HVO100 시범차량 공개는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 방법이 하나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전기차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재생연료, 수소, 합성연료 등 다양한 기술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모빌리티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단일 기술에 올인하기보다는, 시장과 사용 환경에 맞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BMW의 HVO100 프로젝트는 그러한 방향성의 시작점이며,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에 대한 이념적 집착이 아니라,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지속가능성 달성이라는 본질적 목표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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